“음향 체크, 시작할게요.”
스태프의 목소리에 로빈은 마이크 앞에 섰다.
그녀는 가볍게 목을 가다듬고 첫 음을 내뱉었다.
“아—.”
깃털처럼 가볍지만, 극장 구석구석까지 수정처럼 맑게 퍼져나가는 목소리.
그녀는 눈을 감고 소리가 공간을 채우고,
벽에 부딪혀 돌아오는 미세한 진동을 온몸으로 느꼈다.
‘조금 더… 조금 더 따뜻하게.
모든 사람을 부드럽게 감싸 안을 수 있도록.
상처받은 마음에는 위로를, 지친 영혼에는 휴식을, 기쁨을 찾는 이에게는 희망을 선사할 수 있는 소리를.’
그녀는 섬세하게 음을 조율했다.
저음의 울림, 고음의 투명도, 잔향의 길이까지.
마치 최고의 악기를 조율하는 장인처럼,
그녀는 극장 전체를 자신의 목소리를 위한 악기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스태프들은 그녀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감탄했지만,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이 단순한 직업의식을 넘어선,
진정한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임을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좋아요, 로빈 씨. 완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