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시선

새벽 2시, 연습실의 불은 여전히 환했다.
땀으로 얼룩진 거울 속에는 열여섯 살 유나의 지친 얼굴이 비쳤다.

데뷔 3년 차, 아이돌 그룹 ‘루나’의 막내 유나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살았다.
하지만 그 사랑 중에는 가끔 독이 섞인 것도 있었다.

“유나야, 수고했어. 이제 들어가 쉬어.”
매니저의 말에 유나는 겨우 몸을 일으켰다.
숙소로 향하는 길, 늘 익숙한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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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싸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
다음 날 아침, 숙소 앞에는 어김없이 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서 있는 한 남자가 유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파란 티셔츠, 동그란 안경, 그리고 어딘가 섬뜩한 눈빛. 그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유나가 데뷔 초부터 보아온 ‘삼촌 팬’이라 불리는 남자였다.
팬들 사이에서도 그의 존재는 익숙했다.
늘 조용히 지켜보다가, 유나가 나타나면 휴대폰을 들고 사진을 찍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요즘 들어 그의 행동은 점점 대담해지고 있었다.

어느 날, 팬사인회 도중이었다.
유나의 앞에 선 그 남자는 앨범 대신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유나야, 이거 받아. 네가 좋아할 만한 거야.”
상자 안에는 유나가 평소 아끼는 캐릭터 인형과 똑같은 모양의 수제 초콜릿이 들어 있었다.
소름이 돋았다.
유나가 그 인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팬들에게 공개된 적이 없었다.

“죄송하지만, 선물은 받을 수 없어요.”
유나가 단호하게 말했다.
남자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고 그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유나야… 내가 널 얼마나 아끼는데…”

며칠 후, 사건이 터졌다. 스케줄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팬들이 뒤섞인 틈에서 남자가 유나의 앞을 막아섰다.
그는 바닥에 드러누워 고함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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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아! 나 좀 봐줘! 제발!”
유나는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수치심에 휩싸였다.
“그만해요! 이러지 마세요!” 소리쳤지만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나를 빤히 쳐다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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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유나는 발을 들어 남자를 밟으려 했다.
매니저가 황급히 그를 끌어냈지만, 이미 상황은 걷잡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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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돌 Y양, 팬에게 폭행 시도’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악성 댓글들이 쏟아졌고, 유나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 사건 이후, 남자의 모습은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유나는 안도했지만, 동시에 불안감에 시달렸다.
그의 시선이 느껴지는 듯했다.
숙소 창밖을 바라볼 때, 연습실에서 안무를 맞출 때, 심지어 꿈속에서도 그의 얼굴이 나타났다.

어느 날 오후, 홀로 카페에 앉아 대본을 외우고 있던 유나는 문득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에 고개를 들었다.
길 건너편, 인파 속에 서 있는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유나는 서둘러 카페를 나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뒤를 돌아보니 남자는 여전히 유나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은 점점 더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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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바로 그때, “유나야!” 등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나는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고개를 돌리자, 남자가 바로 뒤에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

“유나야, 우리 같이 사진 한 장만 찍자.”
남자는 어색하게 웃으며 유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또 다시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싶지 않았던 유나는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그의 눈빛은 간절함과 함께 섬뜩한 집착을 담고 있었다.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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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사진이 찍혔다.
남자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 미소 뒤에는 알 수 없는 음흉함이 숨어 있었다.

그날 밤, 유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휴대폰으로 찍힌 사진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남자의 눈빛, 그의 손길, 모든 것이 소름 끼치도록 역겨웠다.

며칠 후, 유나는 솔로 활동을 위해 숲속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게 되었다.
깊은 밤, 조명이 비추는 숲은 신비로웠지만 동시에 으스스했다.
촬영 도중, 잠시 쉬는 시간에 유나는 홀로 숲길을 걷고 있었다.
매니저와 스태프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음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탁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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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유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충전을 깜빡했던 휴대폰의 전원도 꺼져버렸고
어둠 속에 홀로 남겨진 유나는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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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누구 있어요? 매니저님!”
유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숲은 고요했다. 유나는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그때, 나무 뒤에서 그림자 하나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림자는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마침내 어둠 속에서 한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 남자였다.
삼촌 팬. 그의 얼굴에는 섬뜩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유나야… 드디어 단둘이네…”

유나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듯했다.
남자는 천천히 유나에게 다가왔다.
그의 눈빛은 맹수처럼 번뜩였다.
유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움직일 수 없었다.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정신을 차렸을 때, 유나는 차가운 숲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꿈이었을까? 하지만 온몸에 느껴지는 오한과 찢어질 듯한 목의 통증은 현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 후로 유나는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다.
숲속에서의 기억은 흐릿했지만, 남자의 섬뜩한 미소는 잊히지 않았다.
결국 유나는 방송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몇 년 후, 유나는 연예계를 떠나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그림자는 유나를 따라다녔다.
가끔 길을 걷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면, 멀리서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시선을 느낄 때가 있었다.

어느 날, 유나는 친구들과 함께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풀숲이 우거진 길을 걷고 있는데, 왠지 모를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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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는 무심코 풀숲을 바라보았다.
순간, 풀잎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익숙한 눈빛을 보았다.
심장이 멎는 듯했다. 유나는 황급히 친구들의 손을 잡고 공원을 빠져나왔다.

그날 밤, 유나는 휴대폰 갤러리를 뒤적이다가 우연히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몇 년 전, 그 남자와 함께 찍었던 셀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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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환하게 웃고 있는 자신의 옆에는 음흉한 미소를 띠고 있는 남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사진 구석에는 그의 휴대폰 화면이 찍혀 있었다.
잠금 화면에는 유나의 사진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사진 위에는 작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넌 이제 내 세상이야.’

유나는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그의 집착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는 항상 유나의 곁에 있을 것이다.

그림자처럼, 영원히…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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