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언의 침묵
기억의 잔해가 서리처럼 내려앉은 행성
대기는 오래전 멸망한 문명의 마지막 비명이 결정화된 빛의 입자들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케론은 그 풍경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검은 외투 끝이 바람에 흔들렸고, 그녀의 손은 여전히 칼집 위에 얹혀 있었다.
그 순간—
부드러운 발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다가왔다.
자줏빛 드레스 자락, 고요한 미소. 블랙스완이었다.
“어머”
그녀는 부드럽게 인사를 건냈다
“이번엔… 우연일까? 아니면 운명?”
아케론은 짧게 시선을 던지고,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
블랙스완은 그 무심함을 마치 흥미로운 표본을 보듯 바라봤다.
“페나코니에서의 당신… 여전히 잊히지가 않아.
아케론은 무반응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