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음악 안에서 하나가 되는 순간.
‘아, 이 순간을 위해 나는 노래하는구나.
내 목소리가 그들의 마음에 닿고, 그들의 기쁨이, 그들의 감동이 다시 파도처럼 내게로 돌아와 더 큰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이 순간
이것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곡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로빈은 느낄 수 있었다.
거대한 ‘공명’의 파동이 극장 전체를 감싸는 것을.그녀의 목소리가 씨앗이 되어 관객들의 마음속에서 피어난 감정들이, 다시 거대한 에너지가 되어 무대 위의 그녀에게로 돌아왔다.
슬픔은 위로받고, 기쁨은 배가 되고, 외로움은 함께라는 온기로 채워졌다.“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그녀는 노래했다.
무대 위를 자유롭게 거닐며, 때로는 눈을 감고 음미하듯, 때로는 관객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맞추며 진심을 다해 노래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한 마리 새가 되어 극장 안을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관객들의 머리 위를 맴돌고,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영혼의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가 부드럽게 속삭였다.마침내, 극장 안의 모든 조명이 꺼지고 짙은 어둠이 내렸다.
이윽고 무대 중앙, 단 하나의 스포트라이트가 켜지며 로빈의 모습을 비췄다.
약속이라도 한 듯, 거대한 함성이 파도처럼 그녀에게 밀려왔다.
로빈은 잠시 그 함성을 온몸으로 느끼며, 관객석을 가득 메운 빛의 은하수를 눈에 담았다.
팬들이 흔드는 야광봉이 마치 밤하늘의 별들처럼 반짝이고 있었다.‘아름다워… 저 하나하나의 빛이 모두 나를 기다려준 마음이겠지.’
그녀는 미소로 화답하며 마이크를 잡았다.
반주가 시작되고, 그녀의 첫 노래가 페나코니의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그녀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아까보다 더욱 빠르고 강하게 뛰는 심장.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무대 감독이 문을 두드렸다.“로빈 씨, 5분 전입니다.”
“네. 준비됐어요.”
가장 환한 미소와 함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대로 향하는 짧은 복도를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가볍고 설렜다. 이제 곧, 막이 오른다.최종 확인이 끝나고,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그녀는 대기실로 돌아왔다.
화려한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고 거울 앞에 섰다.
별빛을 엮어 만든 듯한 드레스와, 그녀의 상징인 날개가 부드럽게 빛났다.하지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보다, 그녀의 귀는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웅성거림, 기대에 찬 웃음소리, 간간이 터져 나오는 환호. 극장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 것이다.‘들려… 모두의 목소리가. 아직은 제각각인 소음처럼 들리지만, 괜찮아. 곧 내 노래 안에서 우리는 하나가 될 테니까.
같은 꿈을 꾸고, 같은 기쁨을 느끼고, 같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될 거야.
그것이 바로 ‘화합’의 힘. 내가 노래하는 이유.’“음향 체크, 시작할게요.”
스태프의 목소리에 로빈은 마이크 앞에 섰다.
그녀는 가볍게 목을 가다듬고 첫 음을 내뱉었다.“아—.”
깃털처럼 가볍지만, 극장 구석구석까지 수정처럼 맑게 퍼져나가는 목소리.그녀는 눈을 감고 소리가 공간을 채우고,
벽에 부딪혀 돌아오는 미세한 진동을 온몸으로 느꼈다.
‘조금 더… 조금 더 따뜻하게.
모든 사람을 부드럽게 감싸 안을 수 있도록.
상처받은 마음에는 위로를, 지친 영혼에는 휴식을, 기쁨을 찾는 이에게는 희망을 선사할 수 있는 소리를.’
그녀는 섬세하게 음을 조율했다.
저음의 울림, 고음의 투명도, 잔향의 길이까지.마치 최고의 악기를 조율하는 장인처럼,
그녀는 극장 전체를 자신의 목소리를 위한 악기로 만들어가고 있었다.스태프들은 그녀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감탄했지만,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이 단순한 직업의식을 넘어선,
진정한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임을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좋아요, 로빈 씨. 완벽합니다.”
페나코니의 그랜드 극장, 그 거대한 심장이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수천 개의 벨벳 의자는 침묵 속에서 곧 채워질 온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텅 빈 무대는 오직 한 사람, 로빈의 발걸음 소리만을 조용히 반향했다.머리 위로 쏟아질 별빛 같은 조명도, 천장을 뒤흔들 관객의 함성도 아직은 없었다.
오직 고요함과, 그 고요함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울리는 자신의 심장 소리뿐이었다.
그녀는 무대 중앙에 멈춰 서 두 손을 모으고 소리에 집중했다.
‘두근… 두근…’
내 안에서 시작된 작은 울림.
이건 긴장과는 다른, 기분 좋은 설렘의 리듬이었다.
마치 가장 아름다운 노래의 전주처럼, 곧 시작될 황홀한 순간을 예고하는 박동이었다.“곧이야. 곧 이 넓은 공간이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기대로 가득 차겠지.
저마다 다른 삶의 이야기를 품고, 다른 별에서 온 여행자들이 오직 내 노래를 듣기 위해 이곳에 모일 거야.
그 하나하나의 마음과 내 노래가 만나 과연 어떤 새로운 화음을 만들어낼까.”그 상상만으로도 로빈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녀에게 이건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행위가 아니었다.그것은 은하계에 흩어진 채 저마다의 외로운 선율을 연주하는 마음들을 하나의 아름다운 ‘공명(Resonántĭa)’으로 잇는, 그녀가 부여받은 가장 신성한 사명이었다.
은하수를 위한 협주곡
페나코니의 하늘 아래,
붉은 융단처럼 펼쳐진 네온사인 사이로 포스터들이 흩날렸다.황금빛 액자 속 로빈은 어딘가를 응시하는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포스터에는 ‘꿈결 같은 밤으로의 초대’라는 문구와 함께 그녀의 공연 정보가 적혀 있었다.
거리의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포스터를 주워 들었다.
곧이어, 페나코니의 랜드마크인 거대한 빌딩의 LED 화면이 밝게 빛나며 공연 홍보 CF가 상영되기 시작했다.
옅은 미소를 띤 채 턱에 손을 올린 로빈의 클로즈업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붉은 꽃들로 장식된 화려한 배경 속에서 그녀의 신비로운 분위기는 더욱 돋보였다.
흩날리는 포스터와 거대한 LED 광고는 페나코니 전체를 공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물들였다.
사람들은 로빈의 노래가 선사할 꿈같은 밤을 손꼽아 기다리며, 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Resonántĭa
모델 : 오뉴 / 사진사,표지디자인 : 미지 / 메이크업,헬퍼 : 댕햄이 / CG이펙트 : 뱁새